예비사위를 처음 만나는 자리는 이상하게도 길지 않은데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한 끼 식사, 두 시간 남짓한 대화였을 뿐인데도 그날의 분위기와 표정, 말 한마디가 계속 떠오릅니다. 막상 그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나”, “너무 무겁게 굴면 안 되겠지” 같은 생각이 머리를 채우지만, 실제로는 준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첫 인사는 말보다 표정이 먼저였습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비사위의 표정은 생각보다 많은 걸 말해줍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어깨가 살짝 굳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자리는 나만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도 이미 충분히 부담을 안고 들어왔다는 걸요. 그래서 첫 인사에서는 일부러 가벼운 말로 시작했습니다. 날씨 이야기, 오기까지 길은 괜찮았는지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질문은 캐묻기보다 숨 돌릴 틈을 주는 쪽으로
많은 분들이 첫 만남에서 직업, 연봉, 미래 계획을 떠올립니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퇴근 후엔 주로 뭐 하세요”, “주말에는 어떻게 쉬세요”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들은 정보를 얻기보다는 사람을 드러내게 합니다. 준비된 답이 아니라 평소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말이 막히는지, 웃으며 풀어가는지, 대화를 이어가려는 태도가 있는지가 보였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태도
식사 자리는 생각보다 많은 힌트를 줍니다. 메뉴를 고를 때 딸의 의견을 먼저 묻는지, 직원에게 말할 때의 태도는 어떤지, 물이 떨어졌을 때 주변을 살피는지 같은 작은 장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부러 관찰하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특히 딸에게 말하는 톤과 표정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존중이 기본에 깔려 있는지는 말보다 태도가 먼저 보여줍니다.
딸 이야기를 꺼냈을 때의 반응
대화 중 한 번쯤은 딸 이야기를 슬쩍 꺼냈습니다. “우리 애가 고집이 좀 있어요”라고 가볍게 말했을 뿐인데, 반응이 갈렸습니다. 웃으며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당황하거나 말을 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날 예비사위는 “그래서 더 서로 맞춰가야겠죠”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 문장에 많은 걸 묻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말의 내용보다 태도였습니다.
미래 계획은 방향만 느껴도 충분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결혼 후의 모든 계획을 묻는 건 서로를 더 긴장하게 만듭니다. 저는 대신 “어떤 가정을 만들고 싶으세요” 정도로만 물었습니다. 구체적인 답이 없어도 괜찮았습니다. 확신에 찬 말이 아니어도, 생각하려는 자세만 보여도 충분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완성된 답을 기대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마지막 한마디가 분위기를 정리해줍니다
자리를 마무리할 때는 길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눠보니 안심이 되네요”라는 짧은 말이었습니다. 평가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형식적인 인사도 아닌 말이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예비사위의 표정이 처음으로 조금 풀어졌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첫 만남은 평가가 아니라 관찰의 시간
예비사위와의 첫 만남은 점수를 매기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질문보다 반응을 보고, 말보다 태도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말이 부드러워졌습니다. 결국 그날 가장 중요했던 건 조건이나 말솜씨가 아니라, 함께 앉아 있어도 숨이 막히지 않는 사람이냐는 점이었습니다. 그 기준 하나만으로도 첫 만남은 충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