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네토라레’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충 분위기는 알겠는데 정확히 뭐가 다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 커뮤니티에서 댓글로만 떠도는 설명을 보고 “이게 그냥 바람이랑 뭐가 달라?” 싶어서, 실제 쓰임을 하나씩 뜯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단어 뜻만 외우면 오히려 더 오해가 생기기 쉬워서, 어떤 상황에서 ‘네토라레’라고 부르는지 예시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뜻
네토라레는 일본어 ‘寝取られ(네토라레)’에서 온 표현으로, 직역하면 “잠자리를 빼앗기다, 빼앗겨 당하다” 같은 뉘앙스입니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주로 서브컬처(만화, 라노벨, 게임, 성인물 포함)에서 ‘연인 또는 좋아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상황’ 그 자체,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감정까지 묶어서 부를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연인이 바람났다”가 아니라, 당사자가 ‘빼앗겼다’고 느끼는 구도가 전면에 나오고, 상실감·굴욕감·무력감 같은 감정이 서사의 엔진처럼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같은 삼각관계라도 이야기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네토라레로 분류되기도, 아니기도 합니다.
어디서 쓰이나
실제로는 커뮤니티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많이 씁니다.
- 장르 태그로: “이 작품 네토라레 있음/없음”처럼, 작품 성향을 미리 알려주는 용도
- 서사 평가로: “이건 네토라레라기보다 그냥 갈등 서사”처럼, 이야기의 중심 감정을 구분하는 용도
특히 ‘불쾌함을 피하려는 사람’과 ‘강한 감정 서사를 찾는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이라, 태그처럼 기능하는 일이 많습니다.
예시
예시는 노골적인 묘사 없이,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아 이런 게 네토라레구나” 하고 감 잡는 방식으로 풀어볼게요.
예시 1: 오해가 아니라 ‘빼앗김’이 확정되는 구도
동아리 커플인 A와 B가 있습니다. 둘이 다정하게 공개 연애를 하던 중, B가 어느 순간부터 C와 더 자주 붙어 다니고, A가 모르는 자리에서 이미 관계가 굳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포인트는 A가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길게 잡히고, “왜 나는 몰랐지” “내가 뭘 잘못했지” 같은 감정이 사건보다 크게 다뤄진다는 겁니다. 이때 독자들은 사건 자체보다 A의 상실감과 무력감이 서사의 중심이라서 네토라레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시 2: 권력 차가 개입되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
직장인 A가 연인 B와 평범하게 지내다가, B의 상사 C가 노골적으로 호의를 보이고 관계에 영향을 줍니다. 여기서 “상사가 나쁘다”로 끝나면 일반적인 갈등 서사인데, 네토라레로 분류되는 쪽은 A가 맞서기 어렵고, 주변 시선이나 구조 때문에 점점 밀리는 느낌이 강하게 그려질 때입니다. 즉 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이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천천히 잠식되는 흐름’으로 묘사되면 네토라레 감성이 더 강해집니다.
예시 3: 당사자 감정이 관전 포인트로 설계된 경우
A와 B가 이미 약혼까지 했는데, B가 과거 인연 C와 재회하면서 관계가 틀어집니다. 이때 작품이 “B의 선택”보다 “A가 무너지는 장면”에 카메라를 오래 두고, A의 자존감 붕괴나 비교당하는 감정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 독자들은 이걸 네토라레로 받아들이는 일이 많습니다. 정리하면 사건이 아니라 ‘당하는 쪽의 심리 연출’이 중심일 때 네토라레라는 말이 붙습니다.
비슷한 말
네토라레는 비슷한 단어들이 같이 따라다니는데, 커뮤니티에서 자주 섞여 쓰여서 헷갈립니다. 아래는 “대충 이런 결이구나” 정도만 잡으면 충분합니다.
- 네토리: 빼앗기는 쪽이 아니라, 빼앗는 쪽의 관점이나 성취감이 중심일 때
- 네토라세: ‘빼앗김’을 당하는 구도가 아니라, 관계 당사자의 합의/유도 같은 설정이 전제된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곤 함
중요한 건, 현실 관계를 정당화하거나 따라 하라는 뜻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서브컬처에서 특정 감정 자극과 서사 구조를 가리키는 분류어라는 점입니다.
읽을 때 주의
이 장르는 호불호가 굉장히 세게 갈립니다.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도 “재미있냐”보다 “내가 이 감정선을 감당할 수 있냐”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관계 파괴 과정’을 길게 보여주는 작품은 감정 소모가 크기 때문에, 피하고 싶다면 태그나 후기에서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결국 네토라레는 한 문장으로 끝내기엔 애매한 단어입니다. “누가 누구랑 헤어졌다”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빼앗기는 사람의 상실감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는 구도를 말한다고 생각하면, 댓글에서 이 단어가 왜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지 훨씬 이해가 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