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가해자가 대인접수를 거부할 때
교통사고가 나고 나서 더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사고 자체보다 가해자가 대인접수를 끝까지 안 해주겠다며 버티던 상황이었습니다. 차는 분명히 파손됐고 몸도 충격을 받았는데, 상대는 “이 정도는 병원 갈 상황 아니다”, “서로 좋게 끝내자”는 말만 반복하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넘어가면 피해자가 손해를 떠안게 된다는 걸요.
1단계: 현장 기록은 최대한 많이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상대방 보험사와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보험은 가입돼 있었지만, 대인접수는 절대 못 해주겠다는 입장이었죠. 이때부터는 감정보다 절차가 중요합니다.
- 차량 파손 부위, 번호판, 주변 상황을 사진·영상으로 촬영
- 사고 위치, 신호 상태, 도로 상황을 함께 기록
- 블랙박스 영상 파일 백업
- 상대 운전자 이름, 연락처, 보험사명, 차량번호 확보
상대가 “괜찮아 보인다”고 말해도, 몸 상태는 그 순간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특히 목·허리 같은 부위는 시간이 지나며 통증이 나타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증거와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본인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가 됩니다.
2단계: 가해자 보험사보다 ‘내 보험사’에 먼저 알리기
많은 분들이 “상대가 가해자인데 왜 내 보험사에 접수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는 게 이후 절차를 훨씬 수월하게 만드는 핵심 단계입니다.
- 내 보험사에 전화해 사고 접수
-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
- 준비해둔 사진·영상·블랙박스·상대 정보 등을 전달
내 보험사 담당자는 사고 내용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주고, 대인접수 거부처럼 애매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설명해줍니다. 구체적인 보상 범위나 처리 방식은 개인이 가입한 보험 상품과 약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담당자와 상담해 본인 계약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3단계: 통증이 있다면 바로 병원 기록 남기기
사고 며칠 뒤부터 목이 뻐근하고 허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즉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챙겨두었습니다. 이 병원 기록이 나중에 정말 중요해집니다.
- 교통사고 직후 또는 가능한 빠른 시점에 진료
- 의사에게 사고 경위를 정확히 설명
- 진단서, 소견서, 차트 사본 등 보관
상대가 “시간 지나서 생긴 통증 아니냐”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초기 의무기록이 있으면 인과관계를 주장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통증이 애매하더라도 고민만 하지 말고, 한 번은 꼭 병원에서 상태를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4단계: 경찰 신고는 ‘사후’에도 가능
가해자가 끝까지 대인접수를 거부한다면, 선택지는 분명해집니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이 경찰 신고입니다.
- 사고 직후 112 신고를 못 했더라도, 나중에 관할 경찰서 교통조사계 방문 가능
- 블랙박스 영상, 사진, 진단서 등 증거 자료 제출
- 과실 여부,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진행
경찰이 개입하면 상대방도 무작정 버티기만 하기는 어려워지고, 과실이 명확한 사고라면 조사 과정에서 대인접수를 피하기가 거의 힘들어집니다. 다만 형사처벌 여부나 벌점·벌금 등은 사고 유형·부상 정도·관련 법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법률 판단은 경찰·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단계: 자상·자손으로 일단 치료부터
가해자가 끝까지 대인접수를 열지 않거나, 처리에 시간이 길어질 때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방법이 내 자동차보험의 자동차상해(자상) 또는 자기신체사고(자손) 담보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 자손·자상 담보에 가입돼 있다면, 내 보험을 통해 본인 치료비 등을 처리
- 이후 보험사가 가해자 보험사에 구상권 청구(비용 구상)를 진행하는 구조가 일반적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음입니다.
- 자상·자손의 보장 범위, 한도, 자기부담금은 가입한 상품의 약관마다 다름
- 어떤 항목까지 보장되는지, 추후 합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반드시 담당자와 상담 필요
즉, “내 보험으로 먼저 치료 받고, 나중에 가해자 측에 구상 들어가는 흐름” 자체는 일반적이지만, 실제 본인 계약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약관·담당자 안내를 통해 꼭 확인해야 합니다.
6단계: 치료 전 ‘현금 합의’는 신중하게
사고 후 가해자가 “병원비 몇 번 정도는 내가 현금으로 주겠다”, “그냥 이 돈 받고 끝내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험상 이런 합의는 나중에 문제를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
- 사고 초기에는 통증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음
-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길어지거나, 다른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
- 이미 소액 합의금을 받고 “끝내기로 했다”는 이유로 추가 보상 협의가 매우 어려워짐
그래서 치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통증·후유증의 윤곽이 잡힌 뒤에 합의를 논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입니다. 단, 구체적인 합의금 산정이나 적정 수준은 부상 정도·치료 기간·소득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필요하다면 손해사정인·전문가 상담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
결국 이 상황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가해자가 대인접수를 안 해주는 건 선의보다는 보험료 상승·과실 인정 부담 등을 피하려는 계산에서 나오는 행동인 경우가 많고, 피해자는 감정보다는 절차대로 움직여야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사고 직후 현장 기록 꼼꼼히 남기기
- 내 보험사에 사고 접수 후, 약관 기준·보장 범위를 담당자와 확인
- 통증이 있든 없든,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병원 진료·진단서 확보
- 필요하면 경찰 신고를 통해 과실과 사고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혼자 참지 마세요. 조용히 넘기려는 쪽이 결국 가장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글은 실제 제도·실무 흐름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안내일 뿐, 개별 사건의 법률적 결론이나 보상액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험사·전문가와 직접 상담해 본인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